2007년 12월, 말라위에서 활동가로 일하던 일본인 친구 가나코는 영국 CICD에서 캠프 퓨처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 연말과 새해를 보내기 위해 나미비아의 DAPP 센터를 방문했다. 우남벨렐라 캠프에서 그녀는 우리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냈고, 나를 포함한 몇몇 활동가들과 함께 나미비아 남쪽을 여행하기로 했다. 그러던 그녀가 크리스마스 다음 날부터 열이 오르고 심한 기침을 해대더니 결국 병원에 입원을 했다. 의사는 우리가 염려하던 말라리아는 아니라고 했고, 그저 흔한 감기 바이러스라며 몇 개의 약을 처방해 주었다.
우리 일행은 그녀를 남겨두고 여행길에 올랐다. 대서양을 낀 휴양지 스와콥문트, 아름다운 사막 수스스블레이,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를 거쳐 여행에서 돌아온 우리에게 캠프에 남아 있던 또다른 일본인 활동가 요코가 놀라운 소식을 전한다. 계속 사십 도를 웃돌던 가나코의 열은 떨어지지 않았고, 밤에는 심한 기침과 구토 증상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그녀는 결국 응웬디바의 한 사립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그것이 벌써 사흘째라고 했다. 그리고 입원 사흘째인 그날에서야 결국말라리아임이 밝혀졌다.
병원에서 본 그녀의 모습은 처참했다.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말도 소리내 내뱉지 못한 채 그 독한 말라리아약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했다. 엿새 후로 예약된 일본행 비행기 티켓도 연장해야 할 형편이라고 했다. 병실에 홀로 누운 그녀를 보는 일은 아팠다. 밤새 병상을 지켜줄 가까운 지기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홀로 아픈 몸을 감싸 안고 견뎌야 할 시간들이 얼마나 혹독하겠는가. 아마도 말라위에서 일하는 사이 감염된 것이리라. 약 2주간의 잠복기를 거쳐 이곳 나미비아에서 본격적인 증상을 보인 것이겠지. 지금에라도 정확한 병명을 밝혀내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하게 되었으니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건 그래, 아프지 말아야 할 일이다. 몸이 아프면 희망을 가지는 일조차 어려워지지 않는가.
긴 여행과 병문안을 마치고 다시 맞는 캠프에서의 첫 밤. 한낮의 뜨겁던 열기는 이미 사그라들고 몹시 강한 바람이 불어댄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거센 바람소리. 그 바람 소리에 우크라이나에서 온 디마가 연주하는 기타 소리, 노랫소리가 섞여 흐른다. 이 순간 세상 어딘가에는 아프거나 슬프거나 외롭거나 쓸쓸하거나 혹은 행복하거나, 그러한 사람들의 갖가지 감정들이 그들 저마다의 생의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으리라. 각자 다른 마음, 다른 자세로 생의 바람 부는 시간을 맞고 있으리라. 지금의 나처럼, 혹은 이 고적한 밤, 병원에 홀로 누운 그녀 가나꼬처럼.(2008.1. 4)
ⓒ photo by angelfish, etosha, Namibia,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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