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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

전통치료사 실비아의 코끼리똥 예순이나 일흔쯤 되었을까. 낡은 옷차림에 얼굴과 손 가득 먼지가 앉은 여인이 우리를 맞는다. 실비아 요하네스. 이 마을의 전통치료사다. 나미비아에 있으면서 나는 틈틈이 나미비안 전통치료사들을 만나 취재했다. 현지 활동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다. 나를 보자 실비아는 대뜸 온몸이 아프다며, 외국에서 가져온 약이 없느냐며 묻는다. 때로 마을에서 할머니들을 만나면, 그들은 어김없이 아픈 몸, 아픈 눈을 치료할 약이 없느냐고 묻기 일쑤다. 전통치료사라는 그녀 또한 예외는 아니다. 어깨며 팔을 주물러대며 아프다는 시늉을 해 보이는 그녀. 그러나 내가 한국에서 가져온 약이라곤 급체했을 때 먹는 한약 몇 십 환이 전부. 할 말이 없다. 실비아를 실망시키고, 오두막 옆 그늘에 마주앉아 이야기를 시작한.. 더보기
청년 도미니크의 꿈 넓은 평원, 하얀 모랫길을 걷는다. 현지 활동가 크리스토피나와 나란히 걷는 길. 뜨거운 햇빛 탓에 오른쪽 뺨이 뜨겁다. 카메라와 콘돔박스, 점심으로 준비한 빵, 사과, 물이 든 가방이 무거워 자꾸만 어깨가 쳐진다. 한 시간 반쯤 걸었을까. 띄엄띄엄 집들이 보인다. 오두막 흙바닥에 앉아 중년의 여인 셀마는 아프리카 사과 껍질을 투박한 나무토막으로 벗겨내고 있다. 언젠가 한 소년이 나무에서 따 준 아프리카 사과의 맛을 기억한다. 몹시 딱딱해서 입에 넣고 아무리 씹어도 단물이 나오지 않던, 텁텁하고 건조하던 그 맛. 셀마에게 무엇에 쓸 것이냐고 묻자 맥주를 빚을 거란다.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은 그녀는 지금 두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 역시 에이즈 양성인인 남편은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 더보기
피아노치는 남자 피아노 치는 남자 한 밤의 허공 속에서 길고 거친 검은 손가락이 춤을 춘다.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을 오가며 그의 손이 능숙하게 연주를 한다. 주홍빛 조명 아래 밤하늘을 배경으로 둥실 떠오른 가상의 피아노. 새하얀 치아를 드러낸 얼굴 검은 그가 아이처럼 웃는다. 그 명랑함을 스쳐 살짝 시선을 올리면 거기 가까운 밤하늘, 떨어질 듯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피아노를 살 거예요. 건반을 부드럽게 오르내리며 밤새 연주를 하고 낯설지만 그래서 금세 친해지는 여행자들과 무수한 밤들을 보낼 거예요. 임마누엘을 다시 만난 것은 오 개월만이었다. 아프리카 대륙 남서부,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 저렴한 숙박비와 깔끔한 설비로 여행자들이 늘 북적이는 카드보드 박스 백패커스. 여러 개의 도미토리룸과 트윈룸, 공동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