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만인가' 말하는 것만으로도 난감하고 궁색한 시간들이었다.
생각과 마음이 글로 되어 나오지 않았던 오랜 날들.
아무렇지 않은 듯 짐짓 모른 척하며 걸어온 길.
그 사이 나는 버석버석 말라가는 물기 잃은 낙엽처럼 늙어가,
만지면 바스러져 흔적도 없이, 먼지처럼 사라질 것만 같았다.
갑작스레 매서워진 겨울 찬바람 속에 서서,
망연히 그렇게 나를 들여다본다.
처연하고 불쌍한 나를.
2
아직 한두 달, 해야 할 일이 남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돌아온 밤.
헛헛함이 깊어져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마음 밑바닥까지 내려갔으나 아무것도 없다.
매서운 바람만 불어대는 칠흑같은 밤의,
모래바람 가득한 황량한 붉은 사막,
그 가운데 오롯이 나 홀로 있다.
움켜쥐고 울 것도 없는 오열의 밤.
3
하여
이제부터 무엇이든 어떻게든 쓰자며 결심한다.
다시, 살아내기 위하여. 살아 있기 위하여.